갑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 3

갑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 3

왜 줄 서는가?

맛으로 알려진 집엔 점심시간 또는 저녁 시간 등의 피크-타임 때는 어김없이 긴 줄이 이어진다.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니, 제한된 공간, 한정된 서비스 Capacity로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유사한 메뉴를 제공하는 바로 옆집이 텅 비어 있어도 사람들은 굳이 긴 줄에 또 길이를 더한다.

맛있고, 친절하고, 공간이 쾌적하다면 문제가 있겠는가? 하지만, 이렇게 줄 서 있는 집은 맛이 뛰어나다는 한 가지를 뺀 다른 두 가지는 낙제 점수인 것이 일반적이다. 음식점의 가장 중요한 필요조건이 ‘음식의 맛’인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 맛 하나에 다른 것을 포기한 ‘갑’인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을’이 ‘을’답지 못하도록 한 것은 아닐까?

지난주에 前 직장의 본사 상사였던 지인 부부가 서울에 와서 하루를 같이 보내게 되었다. 3년 전 뇌종양으로 회사를 떠나 수술을 받고 이제 건강을 되찾아 미국에 가는 길에 서울에서3일을 지내던 중이어서, 서울 관광은 프로그램을 이용하라고 서울 근교를 가 보기로 했다. 3일 연휴의 중간이어서 교통체증이 예상되었지만 이동 중, 대화도 할 겸 용감하게 청평, 가평 지역을 돌기로 했다. 부인이 자연을 즐긴다고 해서 수목원, 세미원을 코스로 잡았다. 워낙, 우리 음식을 좋아해서, 잘 아는 식당을 예약하고, 이동 중에 점심 식사 차 들렸다.
아수라장이었다. 평소의 깔끔하고 친절했던 식당의 모습은 없었고 난장판이었다. 연휴의 중간이다 보니, 손님의 너무 많았다. 계산을 마치고 나올 때, 주인은 예상치 못한 손님이 단체로 와서, 손이 달리다 보니, 경황이 없었다고 했지만, 난 그 집을 간 것을 후회했다. 지인은 자연환경 속에서 식사를 하게 해주어 고맙다고 내게 얘기했지만, 난 부끄러웠다. 먼지가 수북하게 쌓인 개울가 텐트, 일회용 수저, 여기저기서 주인 찾는 소리… 손님이 많다 보니, 서빙의 편의성을 위해 쾌적하고 조용한 실내는 포기하고, 예약 손님도 모두 개울가 탁자에 앉히고,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주인은 내가 이제까지 보아 온 그 주인이 아니었다.
일 년에 며칠 되지 않는 황금 기회, 주인은 당연히 오는 손님을 모두 받아야 했으리라. 하지만, 난, 더 이상, 이 집은 안 가게 될 것이다.

2년 전 일곱 부부가 함께 일본에 갔을 때의 일이다. 점심 장소로 이동 중에, 식당 주인과 전화를 하던 가이드가, 통화가 끝나자 울기 시작했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예약했던 식당에 45분 정도 늦을 것이라고 전화했더니, 식당 주인은 그렇다면 오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유인즉, ‘우리 식당의 주문한 메뉴를 서비스하고 손님이 그 식사를 하는데, 최소 한 시간인데, 45분이 늦으면, Break Time 전에 손님들이 식사를 마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안 오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었다. 가이드는 ‘우리는 빨리 먹을 수 있다, 그러니 괜찮다.’하며 계속 부탁했지만 거절당했다는 것이다.

우린, 가이드에게 그 주인의 자세가 옳고 존중되어야 한다고 하고, 다른 식당을 갔다. 대도시의 큰 식당도 아니었는데, 16명의 단체 손님을 포기하는 것이 쉬었겠는가? 더군다나, 예약을 했었으니, 당연히 재료 및 모든 준비가 끝났었을 것이다.

이들의 이런 의식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졌겠는가? 유기그릇 주인이 부당한 가격을 불렀을 때, 그것을 사서 가게 앞에서 깼다는 사무라이 의식, 우리는 그들을 부정하고 비하하지만, 지금 우리는 분명 우리 자신을 먼저 돌아볼 때이다.’네가 우리 집 음식이 맛있어서 왔으면 줄 서고, 자리가 좁아도 조용히 먹고, 주는 대로 먹고 가라.’는 의식이 있는 잘 나가는 ‘을’을 우리는 더 이상 용납해선 안 된다. 그런 곳엔 가선 안 된다. 조금 맛없어도, 친절하고 서비스 정신이 베여있는 좀 못난 ‘을’을 격려해 주고, 키워 줄 때, 바른 ‘을’의식이 뿌리내리는 것이다.

‘갑’만이 잘못된 ‘을’을 바로잡을 수 있다. 줄 서야 할 곳에 줄을 서되, 잘못된 의식을 키워주는 ‘줄 서기’는 이제 그만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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