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마스터] 1. B2B 영업 Myth

[세일즈마스터] 1. B2B 영업 Myth

1. B2B 영업 Myth

B2C(Business to Customer)에서 뿌리내린 많은 기업들이 B2B 시장에서 다른 돌파구를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B2C와 B2B의 핵심적인 차이점을 영업에서 풀려고 했던 기업들은 B2B 영업에서 현장 경험이 있는 리더를 확보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했다. 단시간 내에 B2B 영업을 제대로 이해하고 전략을 수립해 실행에 옮기는 방안을 생각한 것이다. 리더뿐만 아니라 영업 인력, 중간관리자, 전문가, 마케팅 인력도 B2B 경험자로 채워졌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성공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맨 처음 이런 시도를 했던 한 기업은 지금까지 다섯 번 이상 리더를 교체했지만 여전히 답답해한다. 그 후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많은 기업들이 똑같은 전철을 밟고 아직도 길을 헤매고 있다. B2B 영역에서 새롭게 성공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몸부림이 시작된 지 벌써 17년 이상 지났다.

왜 그럴까?

우선 B2B 기업의 영업이 아직도 1980년대 패러다임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길면 100년 이상, 짧으면 약 10년 동안 B2B 영업을 리드해온 대표적 B2B 기업들도 변화와 새로 대두한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하고 있다. 고객과 시장의 본질, 경쟁 양상 등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영업 패러다임은 그대로다. 기업은 영업 조직의 결과만 보고 영업 조직은 결과에 매몰되어 단기 실적을 위한 관계 비즈니스에 집중한다.

전략, 균형, 장기적 접근, 협업, 가치 중심의 고객 관계는 잊혀지고, 가끔 이벤트 주제가 되었다가 다시 잊혀진다. 이것이 반복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문제는 현상으로 고착되어 변화하려는 의지조차 잃어가고 있다. 그런 조직에서 경력을 쌓아온 영업 리더들이 새로운 영업 패러다임을 선도할 수 있을까? 시장은 이미 20년 전에 바뀌었지만 B2B 영업 방식은 30년 전 그대로다. 하지만 모두 자신이 영업의 달인이고 전설이다. 많은 사람들이 영업 현장에서의 경험을 말하고 경력을 내세우지만, B2B 영업은 그리 간단치 않다.

 

중소기업에서는 한 명이 영업 전 부문을 책임지는 경우도 많지만, 일정한 규모 이상의 기업에서는 영업 부문을 여러 리더들이 나누어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다. 영업을 하나인 것처럼 쉽게 말하지만, 영업은 단일 업무가 아니다. 제품 영업, 고객 영업, 국내 영업, 해외 영업, 대리점 영업, 지역 영업, 단일고객 영업, 영업 전략기획 등 각 영역은 각각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따라서 B2B 기업 경영자는 영업직원이나 리더를 한 부문에서 타 부문으로 이동, 교체시키는 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다시말해, 조직과 역할의 변화가 단기 실적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변화를 최소화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B2B 영역에서 영업을 아무리 오래 했다 해도, 해당 분야 전문성은 있겠지만 타 부문을 모두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회사에서 새로운 영역을 맡게 됐다면 겸손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영업의 근본 요소와 영업이 지켜야 할 기본은 같지만 영업 실행을 위한 프로세스와 접근법은 각각의 영업에 따라서 완전히 다르다. IT 영업에서도 PC 영업과 소프트웨어 영업이 같을 수 없고, 하드웨어 영업과 컨설팅 영업이 같을 수 없다. 전자 산업에서도 가전제품 영업과 반도체 영업이 같을 수 없다. 같은 제품과 서비스를 영업해도 고객 담당 영업과 제품 담당 영업이 같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제품 영업이나 고객 영업에서 탁월한 성과를 냈더라도 전략・마케팅이나 협력업체 관리를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영업을 잘했다’, ‘영업의 전설이다’ 등은 무의미한 말일 뿐이다. 한 스포츠 영역에서 세계챔피언이 되었다고 모든 스포츠에서 최고가 될 수 있겠는가? 같은 물속 경기이지만 수영 한 종목에도 46개의 금메달 주인이 다르다. 육상의 트랙 경기도 20가지가 넘는다. 요리사들도 각자 전문성이 모두 다르다. 일식 요리사가 이태리요리 요리사를 즉시 대체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B2B 영업 경력자는 많아도 영업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는 리더를 찾기는어렵다. 10~20년 경력이 있거나 B2B 영업의 일부를 이끈 경험이 있더라도 B2B 전 영역을 제대로 이해한다고 기대하기는 무리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B2B에 대한 잘못된 오해가 정설로 뿌리내리고 있다.

책을 시작하기에 앞서 B2B 영업을 둘러싼 일반적인 오해와 선입견에 대해 먼저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B2B, 즉 기업 대상 비즈니스에서 ‘고객=기업’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다.

B2B라는 말 자체가 기업 대상 영업이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업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990년대 초까지는 그런 의미로 해석하고 접근해도 큰 문제가 없었다. 그때는 기업에서 특정 영역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의사결정자가 한 사람 또는 소수로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영업직원은 소수의 사람을 설득하면 충분했다. 기업 업무용 차량을 영업하는 자동차 세일즈맨은 구매부 직원과 관리자 등 몇 명만 생각하면 되었고, 공장설비 영업사원, IT장비 영업사원, 사무용품 영업사원 등 거의 모든 B2B 영업직원들은 각 기업들마다 극소수 고객만 상대하면 충분했다.

그러나 지금 달라졌다. 제품과 서비스의 복잡성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영업 대상 고객이 2000년까지 10배 이상 늘었고 이후 10년 단위로 2배 이상 다양해졌다. 한 기업 안에 영업 활동 대상이 되는 사람은 한두 사람이 아니라 이제 10명 또는 그 이상이다.

과거에 소수 고객이 점유했던 전문지식은 많은 사람들에게 보편적인 정보로 공유되었고, 고객의 의사결정 프로세스는 개방화되고 투명해졌다. 그러다 보니 의사결정은 소수가 아니라 관련부서 모두가 참여하며 다양한 의사결정자가 존재한다. 또한 기술적 보편성에 의해 다양한 경쟁자가 참여하니 경쟁은 복잡해졌고 그로부터 파생된 고객 수는 늘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2B 영업을 기업 대상 영업으로 생각하고 아직도 기업 단위로 고객 정보를 관리하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고객을 기업이라는 큰 ‘통’으로 생각하다 보니 개별 고객의 니즈, 불평불만, 제언, 충고 등을 그 통 속에 넣어 썩히고 있으며 실제 영업 현장에서는 극히 제한된 고객만 상대로 영업 활동을 하게 된다. 지금까지 만난 고객만 생각하니 전방위 고객 관리는 엄두도 못 낸다. 그 사이 영업직원은 고객으로부터 멀어지고 잊혀진다.

B2B 영업은 계약 상대가 기업일 뿐 영업 상대가 기업은 아니다. 고객의 니즈를 고객의 회사 관점에서 고민하고 대응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영업 활동 상대는 여전히 기업을 대표하는 다양한 조직과 직급의 ‘개인’들이다. 이러한 관점이 영업 관리의 모든 프로세스에 녹아 있어야 한다.

둘째, B2B 영업은 관계 비즈니스라는 인식이 일반화되어 있다.

B2B 영업은 상대적으로 거래 규모가 크고 예측 가능하며 의사결정 기준이 극히 주관적인 경우가 많다. 또한, 개인적인 관계가 영업 기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한 번 성사된 거래는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고객 입장에서는 이전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변화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어서, 경쟁자에게 높은 진입장벽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어떤 경우에도 가치를 대신할 수 있는 관계는 없다는 것이다.

영업은 신뢰를 기반으로 진행된다. 영업직원이 고객으로부터 믿음을 얻지 못하면 영업은 성공할 수 없다. 그러나 많은 영업직원들이 ‘신뢰’와 ‘인간관계’를 혼동하고 있다.

때로는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이 떨어져도 인간관계에 의해 열세를 극복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것은 극히 예외적인 일로 생각해야 한다. 예외적인 상황을 전부로 생각하고 관계에만 의존하는 순간 불행이 시작된다. 그리고 관계로 인해 얻게 된 결과를 자신의 능력이라고 착각해서 그 패턴을 반복하다 보면, B2B 영업을 ‘관계 중심 영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단이 벌어진다.

을은 갑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갑은 을에게 그에 상응하는 재화를 지불하는 것이 영업이다. 여기서 갑이 을에게 지불하는 재화의 크기로 가치의 크기가 정해진다. 본질적 가치보다 큰 재화를 지급하는 갑이 있다면 어리석거나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이다. 갑과 을 사이에 가치 외의 다른 불순물이 개입된 것이다. 이물질이 든 물은 곧 썩는다. 불순물에 의한 거래는 한 번 성사될 수는 있어도 영속성은 없다. 갑을 관계는 가치를 기반으로 심화되면 모두에게 약이 되지만 잘못된 관계는 곧 허물어진다.

안타깝게도 영업 현장에서는 외형적인 실적과 결과만 보고 이면의 실체를 제대로 못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다 보니 어긋난 영업의 고수가 넘치고 이상한 면에서 뛰어난 영업 리더가 생기는 것이다. 그들이 영업 조직을 맡아 이끌고 있으니 진정한 가치가 아니라 대인관계가 영업의 핵심이라는 그릇된 B2B 영업 패러다임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B2B 영업의 핵심은 여전히 ‘가치’다. 대인관계는 가치의 윤활유가 될 수 있지만 본질이 될 수는 없다.

셋째, B2B 영업은 B2C보다 단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하는 B2C 비즈니스는 모든 고객을 직접 만날 수 없으며 고객의 마음을 모두 읽을 수 없다. 하지만 B2B비즈니스는 기업 대상이므로 고객과 관리 범위가 상대적으로 단순, 명확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래서 B2C 비즈니스가 B2B 비즈니스보다 복잡하다고 생각하곤 하지만, B2B 영업은 B2C 영업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어렵다.

B2C 영업이 고객이 찾아오도록 유도하는 영업이라면 B2B 영업은 고객을 찾아가는 영업이다. B2C 비즈니스는 마케팅과 홍보의 힘을 빌어 제품, 서비스, 사업 내용을 고객에게 알리면서 고객이 찾아오도록 만든다. B2B 영업에서도 마케팅과 홍보 활동이 수반되지만B2B 영업은 먼저 고객을 찾아가면서 시작된다. 이것이 B2B 영업이 복잡하고 어려운 이유이다.

누구나 길을 떠나기 전 맨 먼저 하는 일은 지도를 펼쳐보는 것이다. 어느 경로를 통해서 어떤 방법으로 목적지에 도착할지 아무런 계획도 없이 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없다. 사람들이 운전하기 위해 자동차 핸들을 잡으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내비게이션을 켜는 일이다. 출발지부터 목적지에 이르는 길은 다양하다. 이동 목적, 중간 경유지, 동반자의 취향, 교통수단, 이동 시간대, 교통 상황 등에 따라 가는 길이 다를 수 있다. 길이 멀수록 처음 출발할 때의 계획대로 안 되고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해 많은 것이 바뀐다.

하나의 제품도 지역, 경쟁 상황에 따라 ‘고객’이라는 종착지에 이르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저 여행을 목적으로 떠난다면 엉뚱한 길에 들어서서 늦어져도 상관없지만, 늦으면 안 되는 중요한 약속이라면 이유와 상관없이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영업은 전쟁이다. 목표로 한 진지에 늦게 도착하면 그 진지는 이미 적의 수중에 넘어간 것이다.

실제로 거의 모든 기업들은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한다. 한 가지 제품에서도 고객에게 향하는 길이 이렇게 다양한데, 제품까지 다양해진다면 어떻겠는가? 제품, 비즈니스 속성, 고객, 산업, 지역, 자사 역량, 시장 지배구조에 따라 고객 접근 경로가 달라져야 한다. 여기에 제품 수를 곱한 새로운 길이 생기고 AIDA(Attention–Interest–Desire–Action: 인지-관심-구매욕구-행동) 단계까지 반영해 시장접근 경로를 계획하고 실행해야 한다면 얼마나 복잡하겠는가? 그래서 B2B 영업이란 GTM(Go to Market, 시장 접근 경로) 방정식을 푸는 것이다. 그것도 무한차 방정식이다.

B2B 영업이 복잡하고 원하는 만큼 성과를 내기 힘든 것은 시장 접근 경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인데, 이것을 간과하는 회사가 너무도 많다,

이상 B2B 비즈니스 영업에 관한 세 가지 오해를 이야기했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그 ‘방법’을 풀어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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