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마스터] 프롤로그

고객을 이해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첫 출근하는 영업자에게』를 출간한 후 현장에서 영업에 대해 고민하는 수많은 리더와 영업직원들을 만나왔다. 모든 기업이 영업 교육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뛰어난 영업 인력을 영입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밤낮 없이 고민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왜 영업 현장은 크게 바꾸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비즈니스 과정과 결과에 실망하고 영업직원에게 실망하다가 결국엔 지쳐 영업 자체에 대한 기대를 접는 경영진도 생겨난다. 그러다 보니, 밖에서 대안을 찾는 회사가 늘고, 시장에는 이 회사 저 회사를 비엔날레처럼 옮겨다니는 영업 전문가가 차고 넘친다. 영업의 본질을 망각한 채 결과에 올인하는 영업직원, 그것을 당연시하고 결과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기업 또는 조직의 문화가 이런 기형적인 영업 생태계를 만들었다. 여기에 정보기술의 고도화와 네트워크 증후군이 결합되면서 영업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지고 다양해졌지만 본질은 흐트러지고 있다. 영업직원은 그 자랑스러운 직무에 대해 자부심이 없고 사람들은 색안경을 끼고 그들을 바라본다.

  “영업하는 애들 ‘가방 모찌(かばんもち)’ 아닙니까? 위에서 가보라면 가고 고객이 오라면 오고 술이나 마시고 아무 생각이 없죠. 그런 애들에게 저는 큰 기대 안 합니다.” 30년 가까이 B2B(Business to Business) 비즈니스를 리드하는 어느 CEO의 말이다.

  “영업이나 세일즈라는 말 대신 비즈니스라고 표현해 주세요. 저희 컨설턴트들은 영업이라는 용어에 매우 부정적입니다.” 리더들의 교육을 의뢰한 한 컨설팅업체에서 교육계획서를 검토하고 보내온 의견이었다.

  “사장님께서 그런 생각을 바꾸지 않으시면 회사가 살아남지 못할 겁니다”

  “영업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영업 관련 교육을 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라고 말했지만 이런 생각은 우리 사회 전체에 팽배해 있는 의식의 기저(基底)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런 잘못된 생각의 모든 책임은 영업을 업(業)으로 수행하는 우리 자신에게 있다. 스스로 자신을 비하하고 영업의 신성함을 지키지 않고 공부하지 않고 잘못된 관행을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고 자기합리화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 최고경영진을 포함해 리더들의 편견과 안이함도 큰 원인을 제공했다. 최고경영자와 리더들도 처음부터 영업 조직을 그런 인식이나 편견으로 바라보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어쩔 수 없이 포기한 점을 인정하더라도, 기업의 경영진이라면 영업 조직을 놓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영업과 함께 기업의 핵심 기능인 생산은 자동화를 넘어 지능화 되어가고, 연구개발은 프로세스 표준화와 기술 결합에 의해 이미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고도화되었다. 관리 영역은 표준화되고 통합되어 경영의 효율성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양질의 제품을 생산하고 합리적인 관리 시스템으로 조직이 운영되어도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좋은 제품이 있으면 소비자가 줄지어 찾아오고 품질이 뛰어나면 고객은 알아서 선택하던 공급자 중심의 시대에는 생산과 기술경쟁력이 비즈니스의 전부였다. 그러나 그런 시대는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아무리 좋은 신제품도 6개월이면 경쟁사는 누구나 만들 수 있다. 고객이 있고 니즈(Needs)가 있는 곳에는 답을 제공하는 다양한 기업(또는 개인)이 어김없이 존재한다. 그러기에 영업은 기업의 성과를 바꾸고 기업의 가치를 좌우하는 핵심 기능이다. 그런데도 고객이 전부인 이런 시대에 30년 전의 패러다임으로 기업을 바라보는 경영진이 의외로 많다.

  공장 생산설비가 부식되었는데 그대로 사용하는 회사는 없다. 연구소 인력이 부족하고 기술력이 현저히 떨어지는데 방치하는 경영자는 없다. 회계 책임자가 부정을 일삼는데 어쩔 수 없다며 방관하는 리더는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영업 현장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대해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리더가 분명 있다.

  영업의 위기다. 영업 현장에서 뛰는 영업직원과 리더들은 현실에서 부딪히는 한계와 회사로부터의 압박 사이에서 갈등한다. 가야 할 곳은 알지만, 머무는 곳의 마무리에 묶여 헤어나지 못한다. 제한된 시간에 성과를 수행하느라 제대로 교육도 못 받고 정신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영업을 바라보는 다른 부서의 동료, 회사의 경영진은 영업을 한 수 접고 쳐다본다. 지금 그것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인류가 공동체를 형성하고 경작을 시작했을 때부터 영업, 즉 거래는 존재했다. 씨족간의 재화 교환을 위한 물물교환이 원시시대부터 시작되었으니 기업의 어떤 기능보다 영업은 역사가 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업은 어떤 기업의 기능보다 전근대적이고 비체계적이다. 100년 전이나,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 그래도 30년 전의 영업은 적어도 오늘날과 같진 않았다. 낭만도 있었고 보람도 있었고 자부심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영업직원들은 고뇌하고 있다.

  왜 그럴까?

  첫째, 사람이 없다

  영업을 잘 아는 사람은 너무도 많다. 2년 동안 영업을 한 사람도 영업의 대가이고 10년을 한 사람도 영업의 달인이다. 20년을 한 사람은 영업의 신이다. 1년만 영업을 하면 영업 이야기로 밤을 지샐 수 있다. 영업은 논리학도 아니고 과학도 아니다. 음악, 미술 등 예술에 답이 따로 없듯이 영업에도 답이 없다. 영업을 논하면서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다, 그래서 영업에 대한 얘기는 누구나 할 수 있고 어떤 경우든 옳다. 영업을 하면서 100전 100승도 없지만 100전 100패도 없다. 그래서 10%의 승률이 안 되었다 하더라도, 누구나 승리의 경험은 있다. 사람이 살다가 과거를 돌아보면 아름다운 추억이 더 새롭듯이, 영업 현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사람에겐 멋진 무용담만 생각난다. 결과가 좋았던 경우라면 과정에서 있었던 아픔과 되풀이되어선 안 될 실수를 덮고 넘어간다.

  그래서 B2B 영업의 현장엔 멋진 영업으로 모든 영업을 이긴, 뛰어난 영업의 신들만 가득하다. 그리고 그들로부터 그대로 모든 것을 물려받는 후배들이 있을 뿐이다.

  2000년 이후 B2C 비즈니스 선도기업들이 B2B 비즈니스 확대를 위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첫 번째 선택은 B2B 비즈니스 경험이 있는 리더 스카우트였지만 17년이 지난 지금도 그들은 시장에서 사람을 찾고 있다. B2B 영업을 20년 이상 한 사람이 10만 명은 넘을 것이고, 스스로 영업의 달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그중 반은 넘을 것이다. 그러나 B2B 비즈니스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고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리더는 얼마나 될까?

  B2B 비즈니스를 정리하고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을 주도하고 결과를 끌어내려면 B2B 비즈니스의 도메인(domain)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고객 영업, 제품 전략 및 영업, 서비스 비즈니스, 채널 전략 수립 및 영업, 전략 수립, 마케팅 등 B2B 영업의 영역은 넓고 또 복잡하다. 아무리 오래 한 회사를 다녔다고 해도 B2B 비즈니스 기업의 직원과 리더는 겨우 한두 부문에서 거의 모든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 된다. 그러다 보니 30~40년이 지나도 본인이 운영해보지 못한 다른 영역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B2B 영업의 새 장을 열고자 하는 기업은 지금도 새로운 리더를 찾고 있는 것이다.

  둘째,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

  체계화된 영업 교육 계획을 가지고 집요하게 실행하는 회사가 과연 얼마나 될까?

  1990년대 중반부터 비용절감 차원에서 도입된 사이버교육은 인터넷과 결합되어 이러닝(e-Learning) 열풍으로 이어졌고 영업 교육도 예외일 수 없었다. 이러닝에 의해 비용 효과는 거두었어도, 영업 교육의 목표를 달성한 기업은 드물다. 새로운 제품을 공부하고 스킬(Skill)을 체득하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고, 영업 교육의 핵심은 올바른    영업 DNA를 이식시키고 받는 것이다.

  영업 교육에 대한 패러다임(Paradigm)이 달라져야 한다.

  자동차 운전면허증을 취득하기 위해서 이론 교육과 실기 교육을 구분해서 받듯이, 영업 교육도 범주에 따라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단순한 지식 획득이 필요한 영역이 있고, 토론과 협업을 통한 실습이 중요한 영역이 있고, 실행을 통해 체득되는 것이 있다. 이것을 명확히 정리하고, 영역에 따라 교육 실행 방법이 바뀌어야 한다. 토론과 실습 없이 효과를 거둘 수 없는 영역을 효율(비용)만 고려해서 이러닝, 사이버 러닝, 일방적인 강의실 교육으로 진행하고, 일회성 이벤트 또는 단합대회를 영업 교육이라고 포장한다. 이런 범주의 영업 교육이 대부분이라고 보면 정확하다. 운전면허증을 취득했지만 운전할 기회가 없어서 운전이 서툴다고 다시 운전학원을 다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런데 영업에서는 다시 필기시험 공부를 시키고 있다.

  영업 교육에 대한 회사와 조직의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새로운 생산 라인에 투입되는 직원, 신제품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직원, 재무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이들에 대한 교육과 회사를 대표하여 고객을 만나게 될 영업직원에 대한 교육을 비교해본 적 있는가?

  조금 여유가 생기면 교육을 강조하다가 상황이 어려워지면 영업은 결과로 말한다면서 영업 교육 계획은 파묻히거나 사라진다. 그러다가 상황이 호전되면 다시 영업 역량과 교육을 얘기한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는데, 어떤 영업직원이 교육을 ‘교육’이라고 생각하겠는가? 지난 2년 동안 만난 회사들에서도 예외를 찾기 어려웠다. 바뀌어야 한다. 인식도 바뀌어야 하고, 우선순위도 바뀌어야 하고, 집중도도 달라져야 한다.

  매년 모든 기업이 엄청난 시간과 돈을 투자해 영업직원 교육을 반복 실시하지만 영업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많은 CEO들은 영업 교육의 효과에 회의적이고, 피교육생으로 교육에 참여하는 영업직원과 영업 리더들은 교육에 소극적이다. 그런데도 교육은 연례행사로 반복되고 있다. 문서 작성, 프레젠테이션, 제안서 준비, 비즈니스 매너와 에티켓, 새로운 트렌드나 신제품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은 영업 교육에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영업 스킬(Skill) 교육 영역에 속한다.

  어떤 영업직원을 키워야 하는가? 이것부터 정의가 되어야 한다. 견적서 만들고, 행정업무 처리하는 일을 시키겠다면, 그것만 가르친다고 해도 이의가 없다. 하지만, 영업직원이 회사를 대표하고, 고객을 이해하고 선도적으로 가치 제안을 이끌고 의미 있는 영업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내가 만난 CEO와 리더들의 한결같은 바람이었다. 영업 조직의 리더들도 마찬가지다. 우리 직원이 제대로 된 영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바른 영업인가? 정직하고, 부지런하면 바른 영업인가? 친절하고 골프 매너 좋고 술 잘 안 취하고 잘 놀면 좋은 영업인가? 이것도 중요하지만, 이것만으로 차별화된 영업을 완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영업 관련 스킬과 업무처리 방법은 선배로부터 충분히 배우고 조련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영업 감각을 키우는 것이라면 그렇지 않다. 운이 좋아서 전략적이고 창의적인 선배를 만났다면 그로부터 보고 배우면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가르쳐주고 이끌어줄 선배나 상사를 못 만났다면 어찌하는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것은 회사마다 다르고, 같은 회사라도 해도 부서와 팀에 따라 다르다. 이것이 문제이다. 그런데도 영업을 오래한 사람은 극복할 약점보다 과거의 화려함을 내세운다. 그러면서 영업 교육은 표류하고 있다.

  영업 교육의 프레임을 바꾸어야 한다.

  회사가 지향하는 영업직원의 모습에 맞는 교육 프레임워크(Framework)를 만들어야 한다. 그 시작은 필요한 스킬(Skill)과 역량(Competency)의 분류이다. 스킬(Skill)이 겉으로 표출되는 모습이라면 역량은 고객과 회사가 지향하는 방향을 합치시킬 수 있는 내재된 힘의 크기다. 이것이 무엇이고, 어떤 영역에 편차가 존재하고, 그것을 어떻게 보완하고 강화시킬 것인지 영업직원 스스로 알고 회사가 함께 투자하는 것이 진정한 영업 교육이다.

  영업 교육은 소낙비가 아니다. 영업 교육은 KO펀치도 아니다. 실적에 목 말라 하는 회사의 갈증을 한 순간에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고, 12라운드 내내 얻어맞다가 한 순간에 경기를 뒤엎는 한 방이 될 수도 없다. 영업 교육은 보슬비고, 잔 펀치다. 보슬비에 땅은 젖고, 잔 펀치에 무적의 상대는 결국 주저앉는다. 그래서 영업직원의 교육은 그 어떤 교육보다도 기다림이 필요하다.

  영업의 주제를 본격적으로 논하기 앞서 영업직원이 있다면 가장 먼저 영업 교육에 대한 패러다임을 다시 정비해야 한다.

  셋째, 교육과 실행이 단절되어 있다

  한 사람의 영업직원은 교육이라는 요람에서 시작되어 실행이라는 양식으로 완성되어간다. 실행과 단절된 교육은 온실 속의 화초만 남길 뿐이고 백조를 미운오리새끼로 만들 뿐이다. 어떤 교육도 마찬가지이지만, 영업 교육의 핵심은 실행과의 연계이다.

  교육 방법과 내용에 문제가 있다면 교육이 실행으로 연결되고 결과로 나타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교육 방법이 정리되고 필요한 내용이 제대로 교육되어도 그것이 결과로 나타나는 것은 계획 중 20%도 채 안될 것이다. 교육이 실행으로 연결되고 그것이 쌓여 결과로 나타나려면 교육과 실행을 연결하는 프로세스라는 끈이 필요하다. 이 프로세스를 지탱하는 버팀목이 시스템이다. 그래서 모든 기업은 어떤 형태로든 영업과 관련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고객 관리, 기회관리, 성과관리, 여신관리 등 다양하면서도 화려한 시스템으로 영업 조직을 들여다보고 있다.

  문제는 이 세 가지가 모두 따로 논다는 것이다. 교육은 교육대로 진행되고 영업 프로세스는 행정지원 업무를 제외하곤 프로세스와 시스템이 따로 겉돈다. 교육된 일이 실행되고, 그것이 프로세스로 지원되고 시스템에서 진행 전 조직이 진행 경과를 공유할 수 있다면, 어찌 되겠는가? 생산된 제품이 재고에 자동으로 계상되고 불량률이 실시간으로 보고되고 연구개발 진도가 공유되는 것은 당연한데, 왜 영업 업무의 기본은 아무도 모르고 공유되지 않을까? 왜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을까?

  고객을 이해하는 것이 영업의 기본이고 고객을 만나서 듣게 된 고객의 목소리를 회사에 공유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교육하고 또 배우는데, 회사의 시스템엔 고객의 목소리가 쌓여 있지 않다. 또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왜 이런 기이한 현상이 일반화되었을까? 이것이 단적인 단절의 예다.

  교육을 통해 영업직원은 고객을 이해하는 방법을 알게 되고 고객의 관점에서 가치에 눈을 뜨게 되고 차별화된 고객지향적 영업직원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고객지향적 영업직원은 시장과 고객 변화에 눈을 뜨게 되고 그에 적합한 전략을 고민하며 고객만족을 최우선시한다. 이런 직원들이 늘어나고 영업 조직의 주류가 되면 결과는 달라지고 그 기업은 시장을 주도하게 된다.

  누구나 알고 있고 간단한 선순환 구조이지만 실행이 안 되고 있다. 실행을 연결하는 끈인 프로세스가 제대로 정의되어 있지 않고, 버팀목인 시스템이 엉뚱한 방향으로 구현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왜 이 책을 쓰는가

  경영학 태동 이후 핵심 주제는 진화를 거듭해왔다. 생산 효율화와 과학적 생산, 산업 진화와 혁신 속에 대공황과 두 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생산 = 소비’라는 공식은 깨지고 공급이 소비 수요를 초과하게 되었다. 시장은 ‘소비자’가 중심이 되었고, 기업은 생존을 위해 소품종 대량 생산 체계에서 다품종 소량생산 체계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경영학의 핵심 주제는 ‘생산’이 아니라 ‘판매’가 되었고 1980년대까지 ‘판매 = 마케팅’이 되어 경영학의 꽃이 되었다.

  ‘판매(販賣)’는 분명히 영업이지만 영업이라는 용어의 뉘앙스가 생산자 중심, 제품 중심이라는 편견에 의해 ‘시장과 고객’ 중심의 의미로 ‘마케팅’이 판매의 자리를 대신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B2C 비즈니스에서 기업들은 마케팅과 전략을 담당하고, 최종소비자와의 영업 전선은 다양한 형태의 영업 파트너의 몫이 되다 보니 기업의 입장에서는 영업보다 마케팅에 집중 투자하게 되었으며, 학계는 마케팅 이론과 프로세스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마케팅이 경영학의 핵심이 되어 이론과 실행 면에서 진화를 거듭하는 동안, 영업은 기업의 몫이 되어 일부 글로벌 B2B 기업 정도가 나름대로 영업 프로세스나 관리 시스템을 구현해 운용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에서 영업 프로세스나 시스템은 업무관리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영업은 아직도 프로세스가 체계화되어 있지 않다.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책은 일반적인 영업 스킬을 다루거나 고객 관계를 중심으로 영업 활동 도중 생긴 에피소드의 나열에 머물고 있다. 당연히 B2B, B2C를 막론하고 영업의 시작은 고객과의 소통이고 신뢰가 전제된 관계 수립과 유지가 영업 결과를 위한 핵심 요소다. 하지만 B2B 영업에는 이보다 복잡하고 중요한 주제들이 너무 많아 지금도 많은 기업들이 제대로 된 B2B 영업의 길을 찾아 헤매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수많은 고객들을 만나면서 B2B 영업의 여러 주제들을 함께 고민하면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가끔 매체에 게재하는 글을 보고 도움이 되었다며 말을 전해오는 젊은 벤처 CEO, 좀 더 깊은 논의를 요청하는 대기업 B2B 리더 등을 만나면서 불완전하더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B2B 영업 프로세스를 더 체계적으로 정리할 필요성을 느껴왔다. 하지만 자칫 교재 같은 책이 만들어지는 것이 부담스러워 보류했지만 고객들을 만날 때마다 같은 고민을 접하면서 정리할 용기를 냈다.

  “우리 회장님은 영업 현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사람에게 주요 직책이나 임원, CEO의 기회를 주지 않습니다. 반드시 일정 기간 영업 현장 책임을 맡아 검증을 거쳐야만 그 직책에 오를 수 있습니다.”

  국내 모 그룹 사장이 전해준 그룹 회장의 철학이다. 이것이 그가 왜 샐러리맨의 신화이고 한때 어려움을 겪었지만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도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비결의 답이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 모든 영업직원과 리더들이 제대로 된 영업을 배우고 익히고 실행함으로써 결과를 만들고 조직 내에서 주변인에 머물지 않고 주축으로 성장해 이런 CEO들이 더 많이 나오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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