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자의 두뇌: 전략적 사고를 DNA화 하라

영업자의 두뇌: 전략적 사고를 DNA화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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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과 조직화는 영업의 기본이다.

날마다 계획하고 실행하고 검토하는 영업 습관이 성공의 지름길이다.

_프랭크 베트거(Frank Bettger: 성공 컨설턴트)

육감에 의존하는 영업자는 결코 시스템을 갖춘 영업자의 수입을 따라잡을 수 없다.

최고 영업자들은 다양하게 영업을 유도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_댄 케네디(Dan S. Kennedy: 영업 트레이너)

 

 

영업을 시작한 지 8년쯤 된 직원을 데리고 향후 커리어에 대해 코치를 할 때였다. 지금까지의 영업 실적은 나름 양호한 편이었고, 만날 때마다 성실함이 느껴진 직원이었다. 매니저의 평가도 좋았는데 다른 직원들에 비해 승진이 늦은 편이어서 그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고 싶었고 도와주고 싶었다.

실제로 대화를 해보니 그는 영업이라는 일에 스스로 만족하고 있었고 고객과의 관계도 잘 유지하고 있었으며, 평소에 느낀 대로 성실하고 진중한 직원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일에 대한 열정이나 주인의식도 다른 이들에 비해 뒤처지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건강과 가정까지 잘 돌보고 있었으니 영업자로서 최소 90점은 줄 수 있었다.

 

“앞으로 2년 후에는 어떤 일을 하고 싶나요?”

“조금 늦었지만 매니저가 되어 팀을 리드해보고 싶습니다.”

“왜 본인의 승진이 늦어졌다고 생각하나요?”

“글쎄요. 제가 확실하게 아는 바는 없지만, 회사에서 다른 사람의 능력을 더 높이 평가했겠지요.”

 

많은 경우 영업자들은 자신의 기대와 현실에 차이가 있을 때 그 이유를 잘 모른다. 이 직원도 그런 케이스에 속했다. ‘운이 좀 없었다’, ‘뭔가 이유가 있었겠지’라는 막연한 생각만 했을 뿐, 구체적인 이유를 알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

 

“K씨는 왜 영업을 시작했나요?”

“저는 사람 만나는 일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고객에게 진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면, 고객께서 항상 저를 도와주시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영업 외에 다른 일을 해보겠다고 고민한 적은 없었나요?”

“제가 전략이나 기획에는 아주 취약합니다. 그래서 영업 말고 다른 일을 하겠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아, 바로 이것이 문제구나!’

 

나는 직원의 대답을 듣는 순간 풀리지 않는 실마리의 해답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영업을 그저 사람 만나고, 인간관계를 잘 꾸려나가면 되는 것으로만 생각하고 있었구나.’ 그렇게 그는 업무 시간의 대부분을 인간관계에만 할애했고, 그의 매니저 중 누구도 영업자의 진짜 역할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다. 순간 나는 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바르고 성실한 직원에게 무려 8년이라는 기간 동안 올바른 영업 방향을 가르쳐준 매니저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 때문이었다.

 

“아사다 마오가 트리플 악셀을 하지 않고 김연아 선수를 이길 수 있겠어요? 그러니 계속 실패하더라도 연습하고 또 연습해 도전하는 거죠. 그것이 김연아 선수를 극복하고 정상에 오를 수 있는 단 하나의 길이라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기획이나 전략은 기획부서나 임원들만의 업무가 아닙니다. 영업의 시작은 ‘기획’이고, ‘전략적 사고’이지요. 이것이 남다른 영업자를 만드는 무기가 됩니다. 내가 보기에 K씨는 일에 임하는 자세가 아주 훌륭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영업’이라는 일 자체에 만족하는 것 같아 보기 좋아요. 여기에 전략적 사고 능력과 실행력이 더해진다면, 본인이 원하는 모든 일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고 기회도 더 많이 주어질 것입니다. 반대로 지금의 생각 패턴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그냥 평범한 영업자로 커리어를 마치게 됩니다. 전략적 사고는 성공 영업의 핵심이고, 리더가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입니다.”

 

내 말을 듣던 K직원의 표정이 순식간에 심각해졌다. 워낙 심성이 진지한 사람이라 크게 부담을 느낀 듯했다. 8년 동안 반복된 영업자로서의 생활 속에서 이미 고착되어버린 자신의 패턴을 뒤집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당황스러웠으리라. 더욱이 그 동안 매니저와 다른 상사들로부터 좋은 말만 들어왔기 때문에 무척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영업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 중에는 K직원과 같은 사람이 대다수이다. 이런 영업자는 성실하게 업무를 하여 주어진 목표를 채우고 실적을 만들기 때문에 커리어 자체에는 큰 굴곡이 없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끝’이다. 수백억 원에서부터 수천억 원대의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수주하는 영업자, 개별적인 프로젝트는 크지 않지만 화수분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고객을 만들어내는 영업자는 ‘일반적인 영업자’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 한 달에 한 대의 차도 팔지 못하는 자동차 영업자가 있는가 하면, 하루에 두 대 이상은 너끈히 판매하는 영업자도 있다. 가족이나 지인에 의존하여 근근이 실적을 유지하는 보험 영업자가 있는가 하면, 웬만한 중소기업 매출액을 상회하는 수백억 원대의 연 매출액을 기록하는 영업자도 있다.

 

 

그들의 차이를 결정짓는 요소는 무엇일까?

남다른 결과의 시작점은 ‘다른 계획’과 ‘다른 실행력’이다. 반사적으로 행동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떤 경우에도 ‘계획’이 전제된다. 초등학생도 방학을 생활계획표 작성으로 시작한다. 계획을 안 짜는 영업자란 있을 수 없다. 계획으로부터 영업의 접근 방법과 실행 가능성이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도 K직원과의 면담은 계속 이어졌다. 그를 도와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전략이나 기획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막연하고 답답할 때엔 무조건 ‘육하원칙5W1H’만 기억하세요. 어렴풋한 생각이 점차 명확해지고, 이를 반복하다 보면 자신의 사고가 체계화될 것입니다.”

 

영국의 시인 겸 작가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러디어드 키플링Rudyard Kipling은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여섯 명의 충실한 하인을 두었다. 그들은 When, Who, What, Where, Why, How이다. (중략)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모두 그들이 가르쳐주었다.”

그는 시나 소설을 구상할 때 항상 ‘5W1H’로부터 시작했다고 말한 바 있다. 육하원칙, 이것은 전략을 수립할 때나 심각한 문제로 생각이 막힐 때 사고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주고 답을 제시해주는 가장 확실한 참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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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대상 명시

영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하고자 하는 일, 해야 할 일, 주어진 과제가 무엇인지를 한 문장으로 적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보고를 할 때에도, 고객에게 대상을 설명할 때에도 명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영업자들이 어떤 일을 계획할 때 고민이 길어지거나 진도가 더디게 진행되는 경우는 대개 What을 명확하게 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각자 나름대로 생각은 하고 있지만 함께하는 모든 사람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명확한 공감대 없이 ‘How(실행 방법)’부터 고민하고 있는 상황을 종종 목격한다. ‘What(대상)’은 일의 방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첫 스텝이다.

 

[Why] 목표 설정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얻고자 하는 ‘목표치’가 설정되어야 한다. 여기서 목표는 측정이 가능한 것이어야 하고, 평가기준이 명확해야 하며, 측정방안도 사전에 정해야 한다. 이 또한 영업자들이 쉽게 놓치는 부분이다. 아무리 영업이 매출을 중요시하고 매출액을 절대기준으로 하는 비즈니스라고 해도, 최소의 수익목표는 정해져야 관련 팀이 비즈니스의 균형을 지킬 수 있다. 공부를 하면 시험을 보고, 시험을 보면 성적이 나온다. 모든 운동경기의 룰이 다르고 경기방식이 다르지만, 경기에는 결과가 있고 성적을 판단하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당연히 영업 계획에는 ‘평가지표’가 명확하게 존재해야 한다. 일의 목표와 이유가 존재하지 않으면 이미 잘못된 계획이다. 그리고 목표가 측정·평가될 수 없는 것이라면 그 계획은 실행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How] 실행 방법

목표를 설정한 후에 생각해야 할 점이 ‘실행 방법’이다. ‘주어진 목표를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 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으로 이것은 영업 실무자들이 ‘What’이나 ‘How’보다는 상대적으로 잘하는 영역이다. 이를테면 고양이로부터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 ‘어떻게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를 생각하는 과정이 ‘How’라 할 수 있다. 더불어 수립된 ‘How’는 ‘실행 가능한 계획인가?’, ‘계획이 구체적인가?’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다시 확인해야 한다. 아무리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방안이라 하더라도 실현가능성이 없고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면, 구체적인 실행으로 이어질 수 없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하나하나의 행동Activity에 집착하여 궁극적으로 도착해야 할 종착점을 잃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전에서 많은 직원들이 이정표Milestone와 행동을 혼동하여 계획을 짜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출발점과 목적지를 정하고 목적지까지의 주요 이정표를 명기한 후, 거꾸로 목적지로부터 시작해 각각의 이정표 구간에 필요한 행동을 계획하면 된다.

 

[Who] 실행 주체

실행할 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계획은 빠르게 다음 스텝으로의 전환이 어렵다. 이때 중요한 점은 ‘책임자’를 한 사람으로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흔히 실행의 책임자를 정하면서 특정 부서의 이름을 쓴다든지 여러 사람의 이름을 적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모호한 명기는 차라리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물론 한 사람이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여러 사람이 함께 해야 하는 일일지라도 반드시 책임질 사람 한 명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When] 데드라인

일에 대한 주체가 정해져도 해당 프로젝트를 마쳐야 할 일정이 정해지지 않으면 체계적인 실행을 기대하기 어렵다. 여기서도 모호한 표현은 지양한다. ‘월 말’, ‘주 초’, ‘분기 내’, ‘이번 달 중’ 등 우리가 흔히 쓰는 모호한 시간 개념은 비즈니스 계획에서는 절대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 반드시 명확하게 날짜를 기입하되 필요한 경우 시간까지 적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Where] 협력 대상

Where은 ‘장소’를 의미하지만 전략을 수립할 때에는 ‘누구와 함께 할 것인가?’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 보다 전문화되고 세분화된 정보화 사회에서는 ‘나 혼자’보다는 ‘함께’가 더 중요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기 보다는 ‘하고자 하는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 편이 좋다. 그러려면 나, 우리 팀, 우리 회사만 생각해선 안 되고 외부 파트너, 협력회사, 하물며 경쟁자까지도 고려의 범주에 포함시켜야 한다. 때론 비즈니스의 상당 부분을 포기하면서 경쟁사와 협업을 해야 할 때도 있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주도권을 쥐어 실행 주체를 100퍼센트 외부로부터 확보할 수 있기도 하다. 아무리 역량이 뛰어난 개발 인력을 자체적으로 확보하고 있어도 고객과의 원활한 협업을 위해 타사의 개발인력을 받아들여야 할 때도 있다. 해야 할 일이 중요하고 복잡할수록 전문성이 요구되고 협업이 필요하다. 항상 생각과 실행에 있어 ‘함께’를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심지어는 군대에서도 항상 육하원칙에 따라 이야기하고 글쓰기를 교육받아왔다. 마찬가지로 회사에서도 어떤 프로젝트에 돌입하기 전, 육하원칙에의해 사안을 먼저 점검해야 하고, 상사에게 보고를 할 때에도 육하원칙에 따라 문장을 만들어 말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항상 무슨 일이든 육하원칙대로 생각하고 말하고 계획해보세요. 그 다음에 명심해야 할 점은 바로 ‘양손잡이’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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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잡이가 되어 밸런스를 잃지 마라

오른손잡이가 왼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양손을 모두 쓸 수 있다면 외손잡이보다 얼마나 더 편하고 경쟁적이겠는가? 영업이든 일반 다른 업무든 실행에 집중하면 누구라도 ‘양손잡이’가 될 수 있다. 일을 하다 보면 단기적 실행과 장기적 전략수립, 회사 일과 개인 생활, 고객과 나의 회사, 실적과 명분 등 항상 선택의 충돌에 부딪힌다. 당장의 일에만 집중하다 보면 장기적인 전략은 잊는 경우가 많다. 상황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더욱 시급한 일에만 매몰된다.

그러나 내일은 반드시 오고 내년도 반드시 온다. 곧 알게 될 심각한 영향을 도외시하지 말고 당장의 일에 함몰되어 처참한 내일을 겪지 말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항상 ‘균형감’을 잃지 말아야 한다. 어떤 계획을 짜더라도 위에서 언급한 양단의 주제들이 균형감 있게 반영되었는지 검토하고 보완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 후 K직원은 나와 다섯 번 정도 더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고, 완벽하지는 않아도 조금씩 자신감이 쌓여가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그가 완벽해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8년의 경험은 이미 그의 DNA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이를 완전히 지워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영업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부터 3년 미만의 경험이 있는 영업자는 다르다. 처음부터 이 습관을 내재화시킨다면 차별화된 영업자로 성장할 것이다.

영업자의 머리는 누구보다도 전략적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한쪽 뇌는 육하원칙으로, 다른 한쪽은 양손잡이식 사고로 채우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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