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자의 손 : ‘함께’의크기가‘성공’의크기다

영업자의 손 : ‘함께’의크기가‘성공’의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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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홀로 해내려 하거나 또 그렇게 함으로써 모든 명성을 혼자 받기를 원한다면

결코 위대한 리더가 될 수 없다.

_앤드류 카네기 Andrew Carnegie: 미국 최초의 근대 자본가, 카네기 철강회사 설립자

 

광역전이나 종합전의 싸움터에서는 병력을 집중시킨 팀이 확률적으로 더 유리하다.

_프레드릭 란체스터 Frederick William Lanchester: 란체스터자동차 설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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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방식의 관점에서 30년 전과 지금의 가장 큰 차이를 꼽 으라면 단연 ‘함께’이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한 사람이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일이 있을까? 밥도 먹지 못하고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을 것이다. 원시 시대나 초기 농경사회에서 자연의 혜택에 의해 자급자족하던 때에야 100퍼센트 가능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산업은 급속히 더 세분화되었고, 서비스 는 더 다양해졌으며, 이해관계자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장교 훈련을 마친 아들을 둔, 한 어머니가 전해준 이야기이다. 장교 훈련생은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뉘 었는데, 한 그룹은 국내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보생이고 다른 한 그 룹은 해외에서 공부한 후보생이었다고 한다. 아들이 교육을 마친 후 어머니에게 말했다.

 

“교육 훈련 중 팀별 과제가 주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 유학파 후보생과 국내 대학 졸업생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요. 과제를 받자마자 유학파 후보생들은 바로 모여서 어떻게 함께 해결 할 것인가를 토론하고 역할을 분담하는 일부터 시작하는데, 국내파 후보생들은 그냥 각기 흩어져서 개별적으로 고민을 하더라고요.”

 

돌이켜보면 30년 전 신입사원 시절의 나도 국내파 후보생과 다를바 없었다. 그 당시에는 입사를 하면 1년간은 업무를 배정하지 않고 교육만 시켰다. 3개월씩 4단계에 걸쳐 교육이 진행됐는데 각 단계마다 두 달은 국내에서 교육을 받고, 나머지 한 달은 아시아의 다른 나라 직원들과 함께 홍콩에 모여 교육을 받았다. 지금 생각해도 회사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투자였고, 직원의 입장에서도 큰 혜택이었다.

12개국에서 모인 다양한 나라의 신입사원들과 함께 교육을 받다 보면, 각 나라마다의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국과 일본의 직원들은 수업시간에 거의 질문이 없고 침묵 속에 있다가 쉬는 시간만 되면 자기들끼리 시끄러워졌다. 다른 아시아 국가의 직원들은 수업 후 예습·복습이나 과제를 함께했던 반면, 한국과 일본의 직원들은 각자 흩어져 경쟁적으로 과제를 하거나 한두명이 과제를 해서 공유하는, 전형적인 우리만의 방식으로 교육을 이수했다.

 

왜 그럴까? 상대 평가에 의해 ‘승자와 패자’로 결과가 나뉘고 진로가 좌우되는 것을 반복적으로 경험한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경쟁 의식’은 마치 DNA처럼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영재 교육의 산실이라 불리는 한 학교도 ‘석차席次’를 학생들의 책상에 붙여둔다고 한다. 과학 영재를 길러내겠다고 설립한 학교에서도 본래의 취지를 잊은 채 ‘족집게 과외’를 받아 시험을 잘 보는 학생을 떠받들고, 순수하게 과학에 몰두하는 학생을 내팽개치는 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미래의 주역들에게 ‘함께’라 는 의식과 가치를 심어줄 수 있을까?

우리의 이런 구조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지금 그리고 앞으로의 비즈니스는 ‘함께’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20세기의 ‘함께’가 ‘더하기’였다면, 지금의 ‘함께’는 ‘거듭제곱’ 그 이상의 결과를 가져 다준다. 애플, 구글, 삼성, 현대자동차, 심지어 작은 음식점까지도 ‘함께’의 전략이 없는 곳이 없다. 혼자서 생각하고 자기만 생각하는 기업이나 개인은 절대로 성공할 수 없고, 잠시는 생명을 유지한다고 해도 반드시 고립되고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하물며 영업의 본질은 무엇인가? 연구개발, 생산, 마케팅 그리고 후선 지원부서의 도움 없이는 영업 자체가 불가능하다. 세계 제일의 골퍼도 캐디가 없이는 경기를 치르지 못한다. 무쇠 팔 특급 투수도 호흡이 맞는 포수가 없이는 제대로 공을 던질 수 없다. 아니 오히려 훌륭한 캐디가 세계 최고의 골퍼를 만들고, 능력 있는 포수가 특급 투수를 만든다. 당연히 운동경기보다 기업은 더 세분화되어 있고 전문화되어 있다. 그러기에 주어진 역할에 맞는 일을 함과 동시에 동료에게 도움을 주고받는 것은 영업의 기본이며, 성공의 필수조건이다. 배타적 경쟁, 일대일 서바이벌 게임을 할 것이 아니라, ‘1+1’이 ‘3’ 또는 그 이상이 되도록 하는 ‘협업의 힘’을 믿고, 제대로 실행하고 내제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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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적한 일을 혼자 다 처리하느라 끙끙대는 영업자는 실패한다. 아니 조직과 회사에 치명적인 해를 끼친다. 아무리 ‘함께하라’, ‘도움을 요청하라’고 주지시키고 교육을 해도 잘 바뀌지 않는다. 일을 그르치고 나서야 도움을 요청한다. 실제로 많은 영업자들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도움받아야 할 일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해 일을 그르친다. 아무런 고민 없이 자신이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을 것 처럼 움켜쥐고 덤벼들지만, 절대로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이는 ‘주인의식Ownership’과는 다른 개념이다. 진정한 주인의식은 주어진 일을 성공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항상 혼자 다 하려다 보니, 약속 시간에 정해진 일을 마치지 못하는 결과를 반복하게 된다. 일을 그르치고 난 후에야 ‘그때 누군가가 날 지원해주지 않아서……’ 라는 푸념을 늘어놓는다.

 

‘함께’의 틀을 깨라

무슨 일을 하든 결과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첫 스텝은 ‘누구와 함께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다. 최적의 인력과 협업해야만 최상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은 협업의 범주와 대상의 틀을 ‘깨야’ 한다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는 팀뿐만 아니라 지리적 한계를 넘어선 팀까지 고려해야 한다. 같이 일하는 회사 내 팀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함께’해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잠재적 협력자까지 생각의 폭을 넓혀야 한다. 넓혀진 함께의 틀만큼 성과도 더 커지게 마련이다.

 

좋은 제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전혀 성과를 내지 못하는 조직이 있다면, 그 이유는 명확하다. 제품의 우수성만 믿고 영업의 틀, 협업의 틀을 깨지 못한 채 과거에 하던 대로만 일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쟁력 있는 솔루션이 있고 팀 구성원 모두가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었음에도 결과가 개선되지 않는 팀이 있었다. 리더에게 무엇이 문제인 것 같냐고 물어보았다.

“솔직히 사람이 없습니다. 솔루션 전문가도 극히 소수이고 산업 전문가가 많지 않다 보니, 고객의 업무 단위까지 논의가 진행되기 어렵습니다.”

맞는 이야기이다. 문제의 원인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요?”

“당분간은 지금 진행하고 있는 B사의 프로젝트에 집중하려 합니다. 다른 곳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기 때문에 그것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이 역시 맞는 이야기이다. 인력이 부족하니 선택과 집중을 할 수 밖에 없고, 가능성 있는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는 것이 가장 현명한 판단이다. 지금이 만약 농경 시대라면 이 영업자는 아주 훌륭한 리더로 평가받을 만하다.

하지만 영업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식당 앞에 손님들이 줄을 서 있는데 식당의 자리가 좁아서, 요리사가 한 명밖에 없어서 온 손님들을 다 돌려보낼 것인가? 돌려보낸 손님이 또다시 돌아오리라 생각하는가? 식당 공간이 부족할 때 간이테이블을 준비해 손님을 맞이하는 식당도 있다. 피크타임에 아르바이트를 고용하여 빠르게 주문을 처리하는 식당도 있다. 만약 앞에서 이야기한 영업 리더처럼 식당 주인이 ‘협업’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식당에 온 손님들을 옆 가게에 빼앗기고 결국엔 문을 닫게 될 것이다. 이 영업 리더는 ‘함께’의 틀을 깨지 못했다. 왜 시장에 존재하는 수없이 많은 산업별 전문가와의 협업을 생각하지 못할까? 솔루션이 없어서 비즈니스에 엄두도 내지 못하는 협력사가 얼마나 많은데, 그들과 ‘함께’ 할 생각을 왜 하지 못했던 것일까? 현장에 있는 많은 리더들이 경쟁력 있는 제품을 보유하고도 이런 기본적인 자세를 갖추지 못해 고객과 시장으로부터 잊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는 과거에 비해 세분화되고 전문화되어, 자사의 인력과 역량으로 모든 사안을 직접 처리하는 회사는 더 이상 없다. 미국 종합경제지 포춘이 선정한 1,000대 기업의 100퍼 센트가 이미 20세기에 비핵심업무영역은 각 분야의 전문 회사에 맡긴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비핵심업무를 아웃소싱 outsourcing하는 소극적인 협업 모델을 넘어, 그 범위와 강도가 급속하게 확대·심화되고 있다. 제품의 전략과 아이디어에만 집중하고 생산과 연구개발, 마케팅까지 ‘남’에게 맡기는 기업도 많다. 네트워크 기반을 소유하지 않고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회선 사업자의 회선을 임대해서 사업을 하는 통신회사도 있다. 이제 ‘함께’의 범주를 얼마나 넓히느냐에 따라 게임의 판이 바뀐다. 골목상권을 파괴한다는 의견도 있겠지만 프랜차이즈형 유통회사, 제과점, 음식점은 전형적인 ‘함께 비즈니스’의 모델이다. 가장 경쟁력 있는 서비스가 가능한 외부 회사와 ‘손’을 잡고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해나가는 것이다. 배송전문회사의 지원 없이 쇼핑몰 사업이 가능한가? 부품을 생산·납품해주는 협력회사 없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가 존재할 수 있을까? 현재가전제품의 유통은 누가 장악하고 있는가?

 

영업도 마찬가지이다. 영업은 하나의 고립된 업무가 아니므로 절대로 혼자서 할수 없다. 회사 내 관련부서와 유기적인 협업은 기본이고, 부족하거나 보완해야 할 점은 과감하게 외부와도 협력 해야 한다. 그 시작은 고객이 어떤 경로Route를 통해서 AIDAAttention- Interest-Desire-Action 과정을 거치는지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즉, 회사나 영업자의 관점에서 벗어나 고객 또는 시장이 영업하고자 하는 제품 및 서비스를 어떻게 인지Attention하고, 흥미Interest를 갖 게 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구매 욕구Desire를 느끼고 실제 구매Action 로 이어지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게 고객과 시장의 관점에서 역으로 추적을 하다 보면, 각각의 단계에 최적화된 회사 또는 개인이 누구인지를 판단할 수 있다. 고객은 제품을 대리점에서 구매하는데 영업자는 자신들이 직접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하려 하고, 고객은 인터넷을 통하여 제품정보를 수집하고 비교하는데, 판매회사는 엄청난 광고비를 전통적 매체광고에 집중 한다면 얼마나 어이없는 일이 되겠는가? 고객의 관점에서 AIDA의 각 과정을 살펴보면, 이런 일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고객 AIDA에 대한 대응주체가 자사自社의 인력이 될 수도 있지만, 협력회사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과거의 경쟁사가 될 수도 있다. ‘우리’라는 폐쇄적 사고의 틀을 깨고,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선도적이고 적극적으 로 ‘함께’할 상대와 협업하는 것이 현명한 영업이다. 프로야구만 봐도 알 수 있다. 미국 선수만으로 구성된 메이저리그 팀이 있는가? 뛰어난 외국인 선수 때문에 성적이 좋은 팀에게 손가락질하는 우리나라 야구팬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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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분투(Ubuntu), 함께의 가치

어떤 인류학자가 아프리카의 한 부족 아이들에게 게임을 제안했다. 조금 떨어진 나무 밑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싱싱한 과일과 음식을 매달아놓고, 제일 먼저 골인한 아이가 먹도록 하는 달리기 게임이었다. ‘출발!’이라는 신호와 함께 아이들은 뛰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간을 넘어설 즈음, 앞선 아이는 속도를 줄이고 뒤에 오는 아이들과 손을 잡고 모두 함께 골인 지점을 들어왔다. 그리고 모두가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인류학자는 아이들에게 “일등을 하면 혼자서 다 먹을 수 있는 데 왜 모두 함께 들어왔니?”라고 물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우분투 Ubuntu!”라고 외치며, “다른 친구들이 모두 슬픈데 어떻게 한 사람만 행복할 수 있나요?”라고 대답했다.

이것이 바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건국 이념인 ‘우분투 정신’ 이다. 우분투는 반투족Bantu의 말로,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라는 뜻이다.

 

어려서부터 친구를 경쟁자로 보고 이기고 앞서야만 칭찬받아온 탓일 수도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영업 현장에는 무엇이든지 혼자 하려는 직원과 리더가 많다. 영업의 성공은 협업의 크기와 깊이에 비례함에도 자기 제품에 도취되고 자기중심적 사고에 사로잡혀 스스로의 무덤을 파는 영업자가 너무도 많다.

영업은 이제 ‘함께’라는 필수 영양제가 있어야 가능하다. 때로는 어제의 경쟁자까지도 협업의 틀에 불러들일 수 있어야 하고, 당장은 손해를 보는 것 같아도 다른 이와 손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지는것보다 함께 이기는 길을 택해야 한다. 고객의 AIDA 프로세스 경로를 제대로 파악하여 그에 부합하는 영업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시장접근전략Go-To-Market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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