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자 한 사람이 회사를 망하게 할 수도 있다

영업자 한 사람이 회사를 망하게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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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에 있어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실수 자체가 아니라

실수했을 경우 그것을 인정하지 않거나 덮어두려는 행동이다.

_모리에 카나한Morie Carnahan: 보험 세일즈맨

영업을 오래 하겠다고 생각하면 오늘 당장 실적을 올려야겠다는 초조감이 사라지고,

긴 안목으로 성적을 올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뀔 것이다.

_모리 쓰루오森鶴夫: 세일즈 컨설턴트

 

 

‘영업자’를 떠올렸을 때 이와 연상되는 단어로는 ‘목표’ 그리고 ‘인센티브’가 있다. 실제로 현장에 있는 많은 영업자가 이것에 ‘집착’하고 있다. 하지만 진정 영업자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일단 목표는 주어지는 것이고 인센티브는 정상적인 범위 내에서 노력해 이룬 결과이자 부가 산출물이다. 목표를 편하게 정하려 하거나 결과를 위해 거짓과 편법을 일삼는 사람은 영업자가 아니다. 범죄자이고 사기꾼이다.

 

‘영업을 하면서 목표를 맞추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목표나 인센티브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직접적인 반론을 제기하지 않아도 직원들의 눈빛에서 속마음을 읽을 수 있다. 틀리지 않은 말이다. 실제로 많은 선배와 후배, 그리고 동료가 연초 또는 분기 초에 가장 강하게 걸리는 인센티브가 무엇인지, 무엇을 팔아야 인센티브를 많이 받을 수 있는지를 따져 영업의 포인트를 정하고 그것에 집중한다. 회사가 어떤 인센티브를 걸 때에는 전략에 입각하여 결정하는 것이므로 그에 집중하는 편이 고객과 조직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점은 맞다. 하지만 회사가 프로그램을 통해 강한 인센티브를 걸 때에는 분명한 이유가 존재한다. 새로운 제품의 시장 진입을 위한 경우, 고수익 제품의 판매 극대화를 위한 경우, 마지막으로 재고 처리 또는 신제품 발표에 따른 기존 제품 재고 소진을 위한 경우로 분류할 수 있다. 여기서 마지막 경우인 ‘떨이 세일’에 바로 함정이 숨어 있다.

채소가게 주인이라면 먼저 들어온 상품이나 시간이 지나면 신선도에 문제가 생기는 상품을 최우선으로 소진해야 한다. 슈퍼마켓 주인은 유통 기한에 임박한 물건을 진열대 맨 앞에 놓아 빠르게 팔아야 한다. 신제품이 곧 나온다는 정보를 받은 전자제품 매장 주인은 신제품 이전 버전의 제품을 즉시 처분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이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렇듯 점주에게 절실한 이유가 있다면, 이를 명확하게 표기해 그에 따른 기회 혜택을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소비자가 제대로 의사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보에 의한 소비자 스스로의 결정은 소비자의 몫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실제 소비재 시장은 이런 프로세스가 많이 정착되어 있다. 하루 지난 빵은 손님들이 무료로 가져갈 수 있게 오픈하는 제과점도 있고, 진열 시간에 따라 가격을 즉각적으로 할인해 판매하는 마트도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 아직도 그러지 못한 업종이 많다. 고객에게 신제품 발표 계획을 알리지 않고 특별 할인율만 강조해 판매하는 자동차 영업자 때문에 최종계약 단계에서 차종을 바꾸었다는 이야기 같은 사례는 허다하게 들려온다. 이런 경우는 내구재 또는 B2B 영업에서 더더욱 빈번하다.

 

그래서 영업자는 셈이 밝기 보다는 통찰력이 있어야 하고, 누구보다도 정직해야 한다. 고객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기본을 지킨다면 잠시 수입의 손실이 발생하고 단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지라도, 장기적으로는 더 큰 성과가 따라온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가치가 올라가고 궁극적으로는 회사와 고객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래서 영업자는 ‘욕심’을 경계해야 한다. 영업자 개인에게 매력적인 조건이 걸려도 고객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취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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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을 덮으려 하지 말라

1987년 영업을 처음 시작했을 해에 나는 한 그룹사의 보조 영업을 맡았다. 몇 차례 고객과의 정례회의와 회동으로 서로를 어느 정도 파악했을 즈음, 고객의 스토리지(Storage, 보조기억장치) 도입 계약이 마무리되었다. 당연히 계약 프로세스는 신입인 내가 담당하였다. 그런데 계약을 마친 3일 뒤에 문제가 발생했다.

회사에서 스토리지 신제품 발표회가 열린 것이었다. 신제품에 대한 발표 정보와 계획은 사전에 일체 알려지지 않았고, 더욱이 신입사원이었던 나에게는 신제품 발표회 자체가 처음이었다. 문제가 발생하리라 예상하지 못했던 나는 호기심 반 설렘 반으로 발표회에 참석했다.

그런데 그날 발표한 스토리지 신제품이 3일 전에 고객과 계약한 스토리지의 업그레이드 제품이었고, 제품의 납품은 발표회 다음 달부터 바로 가능하다는 내용이 문제였다. 나는 당황스러웠다. 급히 선배 영업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배님, 지난번에 계약한 제품을 이번에 발표된 신제품으로 변경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 그거? 우리가 계약한 제품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요. 이번에 계약한 제품은 용량이 5기가바이트인 스토리지이고, 신제품은 용량이 7.5기가바이트이잖아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그리고 고객은 이번 달에 기기를 설치해야 하고 신제품은 다음 달 말이나 되어야 설치할 수 있어요.”

“그래도 이번 건은 박 과장님과 의논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냥 가만히 있으세요. 박 과장에게는 내가 설명할게요.”

 

그러나 바로 그날 오후, 어김없이 고객사의 박 과장이 전화를 걸어와 지금 당장 회사로 와줄 것을 요청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흥분되어 있었다.

 

“나 이장석 씨는 좀 다를 줄 알았는데 완전히 사람 잘못 봤네요. 어떻게 신제품 발표가 예정되어 있는데 구닥다리 시스템으로 계약을 추진했나요?”

 

‘신제품 발표 사실을 전혀 몰랐다’, ‘회사에서는 신제품 계획을 발표일 이전에 직원에게 알리지 않는다’, ‘발표 내용을 보면 신제품과 계약 제품은 다르다. 그리고 무엇보다 설치 가능 시점이 다르다’등등 머릿속에는 오만 가지 생각이 맴돌았고, 나는 상황을 주절주절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내 말을 듣지 않았다. 아니 변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전에도 우리 회사와 거래할 때 유사한 일이 있었다고 하며, 선배가 하던 짓을 후배도 똑같이 따라 한다고 질타했다.

 

이후 신제품 발표 프로세스를 알게 되었을 때, 나는 그때의 상황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규정상 신제품 발표 전에 구체적인 발표 계획을 공개하지는 않더라도 새로운 제품 발표로 인해 고객에게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해당 고객과 사전에 검토하도록 하는 프로세스가 있었다. 하지만 6월 말 2사분기의 마지막 주에 기기를 설치함으로써 영업자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있었기에 모두 눈을 감아주었다. 한마디로 영업팀은 분기 내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그리고 자기중심적 해석으로 인해 고객에게 정직하지 못했다. 해당 분기에 기기를 설치해야 하는 영업자의 개인적 욕심이 고객과의 정직한 소통을 막았던 것이다.

물론 선배의 설명과 예측은 틀렸다. 우리의 변명을 고객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그 계약은 파기되었다. 얼마 후 내가 신입사원이어서 발표 사실을 아예 몰랐다는 점을 알게 되어 고객과의 개인적 오해는 풀었고 아직까지도 연락을 하고 지내지만, 그로부터 30년 가까이 그 회사에는 경쟁사의 스토리지가 사용되고 있고 우리는 제안에 참여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한 영업자의 무지와 안이한 생각 그리고 욕심이, 30년 동안 고객사 비즈니스의 50퍼센트 영역에서 우리 회사를 철저히 배제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영업에 있어 ‘어쩔 수 없는 일’은 없다

세계 제1의 다단계 화장품 회사가 중국 내 직접 방문 판매권을 따내기 위해 2004년부터 중국 관리들을 유럽 및 미국으로 접대성 여행을 보내고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인정받아 처벌되었다.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에 의해 그 회사는 3년간 자체 조사를 실시하고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해 1,500억 원에 가까운 벌금을 냈다. 이 회사는 4년 동안 100억 원에 가까운 돈을 여행과 선물, 접대, 뇌물 공여 등에 사용해 사업권을 따냈지만, 그로부터 4년 후 중국에서 아예 쫓겨났다. 뇌물의 내용과 벌금 액수도 실로 엄청났지만, 조사과정에서 나타난 영업 관련 책임자들의 의식 구조가 더욱 심각했다. 조사 과정에서 발견된 영업 임원과 직원 간에 오고 간 메일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다.

 

“관시關係가 중요한 중국 시장에서 사업권을 따내기 위한 우리의 영업 활동은 회사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우리는 결국 목표를 이루었다.”

그들의 윤리의식 구조를 단적으로 대변해주는 말이다.

 

미국의 대표적 유통회사는 멕시코에서의 뇌물수수 혐의로 인해 하루 만에 주가가 8퍼센트나 폭락했다. 당연히 영업 조직의 욕심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미국 종합경제지 포춘Fortune에서 6년 연속 미국 내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선정하고, 매출 1,110억 달러를 달성했으며, 텍사스에서만 2만 명 이상의 직원이 근무했던 엔론Enron Corporation은 치밀하게 계획된 회계부정으로 인해 한 방에 공중분해 되었다.

 

뇌물을 주고, 경쟁사와 담합을 하고, 실적을 나눠 먹는 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주체는 누구일까? 직접 주도했든, 알면서 묵과하며 모른 척했든, 그 중심에는 반드시 ‘영업자’가 있다. 그리고 문제가 생기면 여지없이 ‘어쩔 수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지난 15년간 임원으로 일하며 ‘잘못된 일’에 관한 조사보고서를 받아보면 항상 ‘어쩔 수 없었다’와 ‘회사를 위한 일이었다’라는 해당 직원 및 관리자의 항변이 있었다.

그런 행위가 ‘잘못’인 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고 인센티브를 챙기기 위해 옳지는 않지만 쉬운 길을 택했을 것이다. 이를 통해 그 영업자는 분명 목표를 달성하고 인센티브까지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잘못된 일은 반드시 드러나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회사와 직원 전체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준다. 잘못을 저지른 영업자는 다른 회사에서 다시 일을 시작할 수도 있지만, 회사는 자칫 문을 닫을 수 있고 최소 10년 이상의 영향을 떠안게 된다. 나는 지난 30년간 이를 처절하게 경험해왔다.

 

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주하고 축배를 드는 영업자를 평가할 때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는지’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누구로부터 어떤 유혹을 받더라도 영업자는 냉정해야 한다. 잠시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진실을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신뢰를 허물고 미래를 사라지게 만든다. 아무리 높은 사람이라 해도 옳지 않은 거래 행위를 지시하지 말아야 하고, 잘못된 일을 보았을 땐 상사에게라도 단호히 목소리를 내야 한다. 말없이 따르고, 잘못을 모른 척하고, 잠깐의 영광에 도취되는 기업 문화가 지배하는 회사는 망하고 만다. 영업자는 한 개인이지만, 한 사람의 영업자는 곧 그 ‘기업의 얼굴’이다. 영업자 한 사람이 기업을 살리기도 하고 망하게 할 수도 있다. 지금 저지른 영업자의 잘못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적어도 10년은 그 회사에 영향을 끼치고 후배들이 해나가야 할 앞으로의 영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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