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3년이 영업 인생 30년을 결정한다

첫 3년이 영업 인생 30년을 결정한다

Grandfather and grandson (6-8) holding hands on jetty, rear view

운 좋게도 나는 영업을 시작한 첫 3년 동안 좋은 멘토와 매니저를 많이 만났다. 돌이켜보면 그 시간 동안 세 명의 매니저가 나의 영업 DNA를 90퍼센트 이상 만들어준 것 같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리더들은 적도 많았고 주변으로부터 평판도 좋지 않았다. 그래서 모두 그들이 원했던 만큼 성과를 이루지 못했고, 오래지 않아 각기 다른 길을 택해 떠났다.

 

 

얼리버드(Early Bird)형 리더

영업 일선에 배치되기 전, 신입사원으로 기획업무를 담당했을 때 만났던 본부장은 내 마음속에 ‘얼리버드의 표상’으로 남아 있다. 신입사원인 내가 8시 전에 출근해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우두커니 앉아 있으면, 본부장 역시 비슷한 시간에 출근하여 업무를 시작했다. 거의 매일을 그와 나는 출근 한 시간 전에 나와 책상 앞에 앉아 있었고, 우리가 근무했던 층 전체에서 가장 일찍 출근하는 멤버였다. 가끔 그는 나를 자신의 방으로 불러 커피를 내주기도 하고, 나의 신상에 대해 물어보거나 고민도 들어주며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내가 겪은 그는 부지런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매우 스마트했고 열정도 넘쳤다.

 

몇 년 후 그는 영업 부문장이 되어 더 큰 조직을 맡았고 강남 사무소를 총괄하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곳에 근무하는 동기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요새 C본부장 때문에 강남 사무실이 뒤집어졌어. 그 양반은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왜? 무슨 일인데?”

“아니 글쎄, 모든 직원에게 8시 30분까지 출근하고 매일 일정을 시스템에 기록하라고 하잖아. 여기가 군대도 아니고……. 별 이상한 사람을 다 봤어.”

 

나중에 알고 보니 그곳에서도 똑같은 패턴으로 일을 했던 본부장은 영업자들의 근태가 엉망이라는 사실에 분노하여, 근무시간을 준수하고 고객사 방문과 같은 외출 내역을 정확하게 기록하라고 지침을 내렸던 것이다. ‘영업을 하다 보면 술을 마시고 늦게 귀가하니, 아침에 조금 천천히 나오는 게 당연하지’라는 생각을 한 영업자들이 옳을까? ‘직장생활의 기본을 지키라’고 한 본부장의 지시가 옳을까? 리더였지만 그곳에서 그는 홀로 온전히 두 눈을 뜨고 있었고, 무척이나 외로운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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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과 원칙을 가르쳐준 리더

영업을 시작했을 때 나를 담당했던 매니저는 자기 주관이 아주 철저했다. 더불어 조직과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강했다. 옳고 그름이 명확했고, 시시비비是是非非에 양보가 없었다. 영업에 대해서도 그 나름의 철학이 분명했고 항상 원칙을 지키려 애썼다. 고객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는 반드시 그날 고객과의 회동에 대해 평가를 시켰고, 어김없이 피드백이 돌아왔다.

“장석 씨, 이거 해봐.” 일을 맡길 땐 이 말이 전부였다. 일을 맡긴 순간부터 과정까지 세세하게 피드백하지 않아 무심한 것 같았지만, 계속 나를 유심히 관찰해 일을 마무리할 때에는 잘한 점과 보완할 점을 반드시 이야기해주었다. 항상 고객과의 ‘가치 있는 만남’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가 심어준 ‘정직’이라는 DNA는 지금까지도 나에게 있어 가장 값진 배움이 되었다.

 

“절대로 직원들끼리 회사 돈으로 술을 마셔서는 안 됩니다. 고객에게 접대를 할 때에도 회사 돈이 내 돈이라 생각하고 써야 합니다. 쓸데없이 룸살롱 같은 곳에 다니지 말고, 스스로 도덕적 양심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경비를 사용하세요.”

 

지금이야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당시에는 잘못된 관행으로 회사 규정을 위반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처음 입사했을 당시 그런 선배들을 보며 혼란스러워하던 나에게 매니저는 영업자로서 지켜야 할 행동 기준을 명확하게 세울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손가락에 꼽히는 중요한 고객사일지라도, 대규모 비즈니스의 계약이 임박한 상황이더라도 그의 원칙은 어김없이 지켜졌다. 좀 거창하게 접대하는 날에는 사우나에서 만나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으며 맥주 한두 병을 곁들이는 게 전부였다. 식사 후에는 점당 100원짜리 고스톱을 치며 웃고 떠들다가 10시가 되기 전에 헤어졌다. 고객도 당당했고 무엇보다 우리도 떳떳했다.

 

그는 원칙에 입각한 리더십으로 옳지 않은 일과 결코 타협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의견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지나치게 배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점점 고립되어 결국엔 회사를 떠났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도 그의 영업 방식이 옳았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그와 함께 일할 수 있었다는 점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는 외눈박이 마을에 잘못 이사를 온 또 한 명의 정상인이었다.

 

 

생각의 크기를 키워준 리더

영업자가 되고 나서 만난 두 번째 매니저는 나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었고, 전략적인 시각을 갖도록 도와주었다. 회사의 경영진은 업무지원 부서의 본부장이었던 그에게 더 큰 일을 맡기기 위해 새로이 영업부장직의 기회를 주었다.

그는 젊은 나이에 남들보다 승진이 빨라 회사 내에서 모두의 주목을 받았다. 영어나 프레젠테이션 능력이 출중했고, 적극적이며 항상 자신감이 넘쳤다. 그러다 보니 그보다 입사가 빠른 사람이나 연장자들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저 친구는 참 거만해.’

‘안하무인이야. 다른 사람들은 아예 안중에도 없는 친구야.’

‘너무 설치는 것 같아.’

‘영업을 해보지도 않은 친구가 영업부장을 맡다니, 말도 안 돼.’

 

그에 대한 평가는 온통 부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워낙 일찍이 맡은 일을 잘해 인정을 받아왔고 임원개발 프로그램에도 선발된 사람이라 그런지, 그는 사안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고 컸다. 그리고 팀과 직원에게 거는 기대도 높았다. 업무 능력에 따른 보상 및 평가도 다른 리더와는 많이 달랐다. 자신이 틀을 깨는 대우를 받아온 수혜자였기 때문에 앞서는 직원에 대한 인사조치가 가히 파괴적이었다. 당연히 뒤처지는 직원에게는 냉정하고 가혹하기까지 했다. 그러다 보니 팀 내에서도 그에게 반감을 가지는 직원이 더 많았다.

‘믿고 맡길 것. 앞서가는 직원에겐 날개를, 뒤처지는 직원에겐 채찍을 줄 것.’

물론 뒤처지는 직원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우를 받았는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지만, 그가 보여준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리더로서의 모습은 다른 이들과 확연히 달랐다. 복잡하고 장기적인 프로젝트의 접근 방법, 전략수립 방안 등 그로부터 나는 일상적인 영업보다는 더 크고 높은 차원의 비즈니스 방식을 많이 배웠다. 모두가 그를 영업도 모르는 사람이 영업부장을 한다며 쉬쉬했지만, 이는 기득권자들의 저항에 불과했다.

 

안타깝게도 이 세 명의 리더는 모두 본인이 생각한 성과를 완전하게 이루지 못한 채 이른 시기에 조직을 떠났다. 남들이 뭐라 하든 그들은 분명 강한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 그들에게도 약점은 존재했다. 주변 사람들은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를 내세워 상대의 장점을 높이 평가하기보다는 단점을 부각시키려 했다.

 

 

결국 모두에게서 배워야 한다

무슨 일이든 그렇겠지만 영업도 ‘처음에 제대로’ 배워야 한다.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서 배워야 한다. ‘삼인행三人行이면 필유아사언必有我師焉’이라고 했다.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 중에 반드시 내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하물며 한 조직 내 리더의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배울 만한 점이 하나도 없다는 게 말이 될까?

바른 영업, 경쟁력 있는 영업, 정직한 영업 DNA는 입사 후 2~3년 안에 판가름이 난다. 이 시기에 바른 정체성을 수립하고 기본 실력을 쌓고 좋은 습관을 들이면 앞으로 펼쳐질 영업 인생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다. 그리고 이때를 놓치면 평생 바로잡기 어렵다. 스포츠 역시 마찬가지이다. 모든 스포츠의 핵심은 기본 동작이고 기본은 처음에 누구로부터 얼마나 제대로 배웠는지에 의해 좌우된다. 영업자가 입사 후 처음 배워야 하는 것은 영업 스킬이나 지식이 아니다. 능력보다 먼저 ‘자세’를 배워야 한다.

 

어떤 그룹사의 임원 중에는 음료회사 출신이 유난히 많다고 한다. 그 음료회사의 연수 프로그램 중에는 신입사원들이 음료수 박스를 직접 슈퍼마켓에 배달하게 하는 과정이 있다. 이 일이 단 한번의 이벤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일정 기간 동안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많은 신입사원들이 회의감에 빠져 중도에 퇴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이런 일 하려고 대학 나오고 죽어라 취업 준비한 건 아니지!’ 많은 젊은이들이 이런 생각으로 회사를 떠났을 때, 묵묵히 이겨내고 영업 현장에서 고객을 만난 직원들은 그 회사 그룹의 핵심임원이 되었다.

 

조금 힘들고 어려운 선배를 만났다면 그로부터 배울 기회를 얻었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친절한 선배를 만났다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되, 무엇을 더 발전시켜나가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누구와 일하든 누구로부터 배우든 배울 점과 따라 하지 말아야 할 점을 명확히 구분한다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고통이 미래에 다가올 희망이라고 생각하자. 아무리 힘들어도 매 순간 원칙을 익히면 그것이 습관이 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홈런 타자 이승엽 선수는 경기 전 600개의 공을 치며 스윙 연습을 한다고 했다. 30년 가까이 야구만 해온 선수도 그러할진대, 처음 영업을 시작하는 사람은 무엇을 해야 할까?

 

영업에 임하는 자세를 철저히, 그리고 처음부터 배워라. 스스로를 낮추는 겸손함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 그리고 회사의 규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지켜나가는 습관을 가져라. 법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지, 불편하게 하거나 해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회사도 마찬가지이다. 회사의 규정은 직원을 보호하고 회사를 존립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선線이다. 사이비 종교의 교리도 교리 그 자체는 합리적일 수 있다. 단지 그것을 자기 임의로 해석하고 세뇌시키는 나쁜 교주와 우매한 신도들이 있을 뿐이다. 규정을 자기편의적으로 해석하고, 자신의 규정위반 행위를 정당화시키는 데에서부터 조직은 병들고 직원들은 도덕불감증에 빠지게 된다. 옳지 못한 일은 어떠한 경우일지라도 따라 해선 안 되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이것이 진정한 영업자가 되기 위한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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