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에서 냉장고를 파는 영업직원?

알래스카에서 냉장고를 파는 영업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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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명품도 고객에게 팔리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_데이비드 오길비 David M. Ogilvy: 광고인, 오길비 앤 매더 설립자

누구의 고객도 고정되어 있지 않다. 시장은 먼저 찾는 자의 것이다.

_루치아노 베네통 Luciano Benetton: 의류업체 베네통 설립자

 

영업을 이야기할 때나 영업을 주제로 강의를 할 때, 그리고 영업에 대한 책을 내겠다고 했을 때 나는 사람들로부터 똑같은 질문을 받았다.

“B2B 영업에 관한 책인가요, B2C 영업에 관한 책인가요?”

“아무래도 전문 분야인 IT 영업에 관한 책이겠죠?”

“한 권의 책으로 모든 영업을 논하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지 않을까요?”

 

물론 영업은 다양한 종류가 있다. 우선, 기업을 상대로 하는 B2BBusiness to Business 영업과 개별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B2CBusiness to Consumer 영업이 있다. 정보기술 또는 하이테크 영업과 일반 소비재 영업도 서로 구분된다. 수백억 원의 프로젝트와 수 만원대의 물건을 영업하는 일도 같을 수 없다. 이는 각각 제품이 다르고 관련 핵심기술이 다르고 고객과의 소통 주제가 다르기 때문이다. 고객의 의사결정 프로세스와 의사결정 책임자, 예산 집행 방법과 제품의 유통 지원 수준도 다르다. 당연히 경쟁사도 다르고 협력회사도 다르고 영업의 방법 또한 다르다.

그렇다면 개별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B2C 영업은 모두 같을까? 그렇지 않다. 보험도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영업이 다르고, 자동차도 승용차와 상용차 영업이 다르다. 우리가 매일 찾아가는 음식점도 중식당과 일식당, 뷔페와 김밥가게 등 업태에 따라 영업의 방식이 모두 다르다.

 

분명 B2B 영업과 B2C 영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차이가 있다. 동일한 산업 내에서도 영업 방법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영업의 본질’은 모두 같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언제나 영업의 궁극적인 종착역은 ‘고객’이며, 거기에는 영업을 행하는 ‘영업자’가 존재한다. 고객은 항상 ‘가치’에 반응하며 그에 상응하는 ‘재화’를 지불한다. 그래서 모든 영업은 고객의 니즈Needs를 충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이는 업종을 막론한 불변의 진리이다. 원시 시대의 물물 교환도 서로가 상대의 가치를 인정해야만 가능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교환의 수단이 바뀌고 경쟁의 개념이 도입되고 거래 물품과 폭이 넓어지면서 이해관계 및 관련 주체들이 늘어나고 복잡해졌을 뿐이다.

산업에 따라, 고객의 특성과 규모에 따라, 그리고 지역에 따라 영업 방법과 기술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영업을 시작하려 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것’이 무엇이고, 절대로 ‘다를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구별해야 한다. ‘고객의 니즈’와 ‘시장’ 이 두 가지를 배제하고 영업을 논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영업의 본질을 꿰뚫어 본 리더

내가 2001년에 마케팅 부문을 담당했을 때의 일이다. 국내의 대표적인 B2C 회사에 우리 회사의 마케팅 전략인 <수립-실행-결과-평가 프로세스>를 소개해주었다. 시장 분석부터 실적 평가까지의 전 과정이 시스템에 의해 실행 및 관리되는 것을 보고, 고객의 최고 의사결정자는 이 프로세스를 자사의 마케팅에 적용하자고 했다. B2B 회사의 프로세스를 B2C 기업에 적용하자고 하니, 시스템을 판매하는 우리도 100퍼센트 확신이 없었지만 고객사 내부의 저항은 더 심했다.

 

“이 프로세스는 B2B에 맞추어 개발된 모델입니다. 어떻게 B2C인 우리 회사의 프레임워크가 될 수 있습니까?”

 

하지만 고객의 최고 의사결정자는 단호했다.

 

“고객은 다를 수 있지만, 고객을 바라보는 관점과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 그리고 실행 및 평가 프로세스는 다를 수 없습니다. 무조건 다르다고만 주장하지 말고, 좋은 점을 배워 우리만의 모델을 만들어봅시다.”

 

그렇게 시작된 고객 기업의 마케팅 혁신 프로젝트는 다른 영역에서의 성공과 함께 큰 시너지 효과를 거두었고, 이 회사의 브랜드 가치는 15년 동안 열 배 이상 올랐다. 물론 이런 엄청난 결과가 프레임워크 하나 때문에 이루어진 결과라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15년 전에 이런 발상을 한 리더가 있었다는 것이다. 요즘이야 모든 비즈니스의 핵심이 ‘고객’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실행하는 리더가 많지만, 모두가 반대하고 회의감을 가질 때 통찰력으로 단호하게 의사결정을 내리는 리더는 과거엔 흔하지 않았다.

 

아직도 비즈니스 현장에서 고객들은 “우린 좀 달라요.”라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해외의 선진 사례를 요청한 소매유통회사 고객에게 물류 부문의 선진 모델을 구현한 도매유통회사 사례를 소개했을 때에도 “우리 모델과는 좀 다른데 …….”라는 답변을 들었다. 물론 소매업과 도매업은 엄연히 다르다. 하지만 물류 부문의 혁신은 도·소매업이 모두 풀어야 할 하나의 숙제이다. 변화와 혁신을추구한다는 언론사 고객에게 유럽 미디어 회사의 혁신 사례를 소개했을 때에도 마지막에는 “우리의 현실과는 좀 다르네요.”라는 말을 들었다. ‘디지털 혁신’이라는 큰 궤를 생각하지 못하고, 단지 한국과 유럽의 지역적·사회적 특성 차이만을 보는 것이다. 은행 고객은 비슷한 은행의 사례만 찾고, 증권사 고객은 증권사 사례에만 집착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고객’을 이야기하고, ‘혁신’과 ‘신사업 모델’을 꿈꾼다. 이러한 반응은 실무자나 임원, 최고경영자까지 모두 동일하다. 본인이 이제까지 경험한 패러다임에서 조금이라도 빗겨 가면 ‘이건 아닌데’, ‘우린 다른데’라고 생각한다. 산업의 경계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세계 경제가 한 덩어리로 움직인 지는 벌써 10년도 더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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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영업은 ‘고객’과 ‘시장’으로 귀결된다

한때 ‘알래스카에서 냉장고를 팔 수 있어야 진짜 영업자다’라는 말이 유행했다. 한대 기후인 알래스카에 사는 사람들에게 전혀 필요하지 않을 법한 냉장고를 팔 줄 알아야 진정한 영업자라는 의미이다. 내가 영업을 시작한 30년 전에도 이 말이 영업을 가장 잘 설명한 말이라 회자되었고, 지금도 많은 영업자가 이 말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영업의 기본’을 모르는 사람들이나 하는 말이다. 영업자가 고객의 니즈를 고려하지 않은 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품을 팔아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업의 기본은 고객의 니즈와 시장의 규모이다.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영업자의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저 ‘영업을 위한 영업’을 한다고 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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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서 에어컨을 가장 많이 파는 영업자는 누구일까?’ 내가 2년간 상하이에 주재하면서 항상 궁금해 했던 점이다. 상하이의 공식 인구수는 2,500만 명 내외이지만 실제 거주 인구는 4,000만 명이 넘는다. 이런 대도시에 곧 무너질 것 같은 집에도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보면 당연히 궁금해 할 수밖에 없는 점이다. 가구당 평균 두 대, 매일 새로이 올라가는 고층 빌딩들, 이러한 환경에서 에어컨의 수요는 얼마나 될까? 에어컨을 1년에 최소 9개월 이상은 사용하는데 부품 영업과 유지보수 서비스는 누가 담당하고 있을까?

그 당시 나는 모 통신장비회사 아태지역 사장과 월례정기회의를 가질 기회가 생겼다. 첫 회의에서 사장이 자사의 영업 전략을 브리핑할 때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들었고, 무릎을 탁 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금년 상하이에 늘어날 책상의 수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준공 예정 빌딩과 레이아웃, 그리고 책상 수를 파악하면 IP전화 Internet Protocol Phone 수요가 계산됩니다. 그에 따라 영업 목표를 할당합니다.”

 

기업뿐만 아니라 자영업을 하는 사람도 영업을 이러한 시각으로 보고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 물론 중개인을 통해 ‘유동인구’와 ‘상권’에 관련된 정보를 간접적으로 듣겠지만,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는 반드시 직접 주변을 관찰하고 확인하여 시장과 수요를 파악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영업의 시작이다. 고객의 수요가 없는 시장에 영업은 존재할 수 없다.

 

업業의 성격이 다르다고 하여 영업 또한 달리 생각해서는 안 된다. 물론 제품과 기술, 고객의 의사결정 프로세스, 경쟁자와 협력회사가 다를지라도 영업의 본질은 다를 수 없다. 고객을 바라보는 시각과 시장을 분석하는 자세라는 영업의 기본은 업종에 관계없이 모두 같다. 어떤 업종에 속해 있든, B2B 영업이든 B2C 영업이든, 한국이든 아프리카든 영업의 기본 구성 요소는 모두 같다. ‘고객’ 그리고 ‘시장’ 여기에서 모든 영업의 답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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